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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관사마을 서봉엽 해설사님을 칭찬합니다. -----------------------------------------------
기자이며 자유기고가입니다. 주로 여행을 이야기합니다. 신문에 기고하고 개인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네 번째 순천 방문입니다.
이번엔 시간 여행이라는 테마로, 낙안읍성에서 시작하여 철도관사마을과 드라마촬영장과 문화의거리를 거쳐 아랫장 야시장에서 마무리했습니다.
여행지에 도착하여 당황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사전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료를 살피며 준비를 하지만, 그려보았던 모습과 다른 풍경을 만나는 순간입니다. 철도관사마을이 그랬습니다.
그분을 만난 건 행운이었습니다.
철도박물관에서 만난 철도관사마을 서봉엽 해설사님입니다. 인생의 뒤안길로 막 들어서려는 큰 누님을 닮았더랬습니다. 걸음에 여유가 묻어났고, 음성은 단정했습니다. 옆 동네 ‘가냥’이 고향이라고 했습니다. 결혼 하고 이 동네에 들어왔다는, '광양’을‘가냥’이라고 발음하는, 그분과 함께 오래된 연인처럼 골목을 걸었습니다.
담장 너머로 인사를 건네며, 계단 하나에도 사연을 담아 기차처럼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덕택에 당황했던 첫인상은 저멀리 달아났습니다. 감추어진 속살까지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마을의 매력에 흠뻑 젖었습니다.
철도관사마을뿐이 아니었습니다. 순천의 모든 것을 네이버 지식백과보다 더 멋지게 설명했습니다.
특히 성지순례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순천 여행기를 계획하면서 나름 준비를 잘했다고 여겼는데, 전혀 알지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미리 알았다면 이번 여행기에 포함시켰을 터인데,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40년 넘은 밥집이라며 철도운동장 옆 '관사식당'으로 이끌었습니다. 맛있었습니다. 김치찌개 본연의 맛에, 시간과 분위기와 정과 사연이라는 양념까지 조화롭게 끓여낸, 우리나라에서 아흔아홉 번째로 맛있는 맛집이라 할만했습니다.
이글을 쓰면서도 그 김치찌개가 떠오릅니다. 아마 이 겨울이 가기 전에 다시 순천에 간다면, 어쩌면 그건 그 맛이 그리워서일 겁니다.
철도관사마을 서봉엽님께 고마움 전합니다.
덕분에 아주 멋진 여행가를 쓸 수 있었습니다. 오후의 햇살이 내려앉는 툇마루 같았던 그분과 함께, 성지순례길을 걸을 수 있는 또 한 번의 행운을 소망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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